소개팅
새로 나온 소개팅 이야기에 나는 왜 이렇게 현실주의자가 되었을까 생각하다 4년 전 소개팅의 기억들이 늦게서야 떠올랐다.
두 번째 만날 날을 약속하고 어느 날, 부평역 근처 1호선 선로에 공사장에 있던 대형 크레인이 넘어져 1호선이 멈추는 큰 사고가 낮에 있었다. 서울과 인천을 출퇴근하는 분이라, 뉴스 채널 어디를 돌려도 퇴근길과 내일 아침 출근길이 문제라는 이 사고 이야기라 모른 체할 수 없어 메시지를 보냈던 기억이 난다. 몇 마디 주고받는 동안 차가 없어 이 상황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 꽤 답답했다.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할 수 없고 몇 번을 고쳐 써서 보내야 하는 것이 답답했다.
3년 차 백수라고 아무리 자신을 낮춰 소개했어도, 보이지 않는 기대선이 있는 기분이었다. 갓 세운 회사에서 다음 달부터 받기로 한 월급은 100만 원인데, 월급이 적으니 보험료도 적다고 좋아해야 하는 현실에 있었다. 비전을 이야기해서 지금 내 손에 없는 미래를 말하고 싶지 않았다. 거짓말하지 않고는 더 좋은 사람으로 보일 수 없다는 결론으로 그만뒀다.
좋은 사람이라고 예쁜 사람이라고 한다. 부담 없이 가볍게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만나보고 아니면 그만인 것은 어렵지 않다. 그 소개팅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올까 봐, 나는 그게 더 두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