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자부심 가득한 전문가
차범근 전 감독님이 1년 전 세월호 사고 후 한 달에 즈음하여 쓴 글인데, 요즘 다시 꺼내 읽어봐도 우리 사회는 변한 것이 없다는 것만 느낀다.
소중한 우리들을 잘 부탁합니다. (차범근의 따뜻한 축구)
이번에 슬픈 일을 겪으면서 우리는 자신 있게 이 일을 내다보고 계획하고 밀고 나가는 그런 곳이 어디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누구도 믿고 귀 기울일 데가 없었다. 무수히 많은 직책이 있을 터인데도 이 일을 우리들에게 예측해 주고, 그래서 가능한 게 무엇이며, 어디까지는 포기해야 하고, 어디까지는 불가능하며, 최선의 방법은 이것이다! 라고 자신 있게 알아듣도록 설명을 해주는 곳이 어디에도 없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보람이 있어서 세상 돌아가는 일 아무것도 몰라도 이것 만큼은 나한테 물어보라는, 그런 자부심 가득한 전문가가 아쉬웠다. 정말 많이 아쉬웠다.
나는 요즈음 부쩍 모든 분야에서 달인 수준의 전문가들이 이런 우리들을 지켜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우리가 무엇을 하더라도 최고의 실력을 가진 달인들이 구석구석 곳곳에서 우리를 지켜주고 끌고 가주는, 그래서 우리는 무슨 일이 생기면 그들이 하는 말과 결정을 신뢰하며 믿을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서 우리들을 지켜주었으면 좋겠다는 당연한 바람을 가진다.
‘나는 장관으로서 이 분야를 책임질 만큼 전문가가 아니라서 장관직을 사양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멋진 일인가?